회사를 위한 회사, 르호봇입니다.

 

'문화예술 기획자'로 산다는 것. 아름답고 재미있기만 할까요?

치밀한 계획을 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기획의 고단함은, 문화예술이라 해도 예외는 아닙니다.

 

8월의 르네상스 소사이어티는 지난 6월의 주제 '문화예술 기획자 이야기'에 보내주신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한 차례 더 문화예술 기획 이야기로 꾸몄습니다.

 

삶조차도 기획이 필요한 세상살이에서 기획을 현실이자 문화로 만들어낸 분들. 열정에 지혜를 더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이들의 고민을 함께 나눴습니다.

적은 수익과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 이어지는 실패에도 문화예술이 주는 뜨거움은 과연 몇 도일까요.

 

한여름 밤의 달콤한 네트워킹 '르네상스 소사이어티' 시즌3 다섯 번째 시간입니다.

 

 


 

 

 

[르네상스 소사이어티의 시작은 언제나 송준호 프로튜어먼트 대표님과 함께합니다]

 

8월 22일 저녁 7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반대로 르호봇 G 캠퍼스에는 많은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들어찼습니다.

이마의 땀을 훔친 참석자들은 이내 첫 연사의 강연을 기다리며, G 캠퍼스를 반짝이는 눈빛으로 밝혔습니다.

 

 

 

8월 르네상스 소사이어티의 첫 번째 연사는 '소파사운즈 서울'의 황승률 디렉터님입니다.

2009년 런던에서 시작한 소파사운즈는 현재 전세계 360개가 넘는 도시에서 공연을 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집이나 미술관, 카페 등 전문 공연장이 아닌 개인 공간에서 공연이 열립니다.

꼭 먼 곳이 아니더라도 가수와 관객이 서로 마주보고 집중할 수 있는 이른바 시크릿 공연입니다.

 

특히 소파사운즈는 관객이 아티스트나 장르에 선입견을 가지지 않도록 공연 당일 라인업을 공개하는 '블라인드' 라인업으로 운영됩니다.

하지만 역시 좋은 콘텐츠는 사랑받는 것일까요? 2014년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이후 매회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열리는 소파사운즈의 호스트는 문화기획사 '프로튜어먼트'가 맡았습니다.

 

 

[황승률 디렉터님은 소파사운즈를 지키며 360여 개 도시의 기획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황 디렉터님은 우리나라 소파사운즈에 대해 "우리나라 뮤지션을 전 세계에 알리고 360여 개 도시 기획자들과 소통하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이 모였다"면서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비영리 단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소파사운즈의 첫 시작은 미약했지만, 선 보인지 채 5년이 되지 않았어도 마치 15년은 된 듯 깊게 뿌리 내린 이유는 이러한 '공감대'에서 비롯됐습니다.

 

황승률 디렉터님이 생각하는 비영리 단체는 '돈을 벌지 않는 것'이 아닌 '수익을 남기지 않는 단체'입니다.

모든 공연과 기획에는 돈이 들어가고, 따라서 꼭 필요한 돈은 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비영리단체는 비즈니스를 지속하기 위해 고객에게 우리를 이해시키고, 열악한 환경을 최적화하고,

룰을 문화로 만들어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안착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도 꾸준히 시도하고 버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활동을 인정받게 됐습니다. 아티스트와 공간 제공자, 관객 모두 우리의 룰을 이해합니다."

 

황 디렉터님의 말처럼 글로벌 프로젝트가 우리나라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건, 황 디렉터님을 비롯한 문화예술 기획자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황승률 디렉터님은 그간의 노력을 되새겨 보며 8월 르네상스 소사이어티의 첫 연단을 꽉 채워 주셨습니다.

 

 

[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님은 문화기획도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두 번째 강연은 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님이 펼쳐 주셨습니다.

이 대표님은 인디 레이블인 루비레코드의 대표이자, 인천에 기반을 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꾸리는 기획자이십니다.

최근에는 세워진 지 50년이 됐지만 10년 가까이 버려진 채 방치된 인천여관을 문화공간으로 재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천여관X루비살롱'이라 이름 붙인 이 프로젝트는 여관의 각 방을 개조, 팟캐스트와 전시 등의 콘텐츠를 심었습니다.

 

이 대표님은 "개성 있는 콘텐츠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며

"문화공연을 진행할 때는 공간을 먼저 섭외한 뒤 컨셉에 맞는 아티스트가 누구일지 고민해 섭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규영 대표님은 또한 문화예술 기획의 일환으로 인천의 오래되고 재미있는 공간을 찾아,

그 공간을 소개하고 음악 공연을 하는 '사운드 바운드'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인천의 매력적인 공간들이 인천 토박이인 그의 손으로 더 많은 분께 선보여지는 셈입니다.

 

물론 '망한'기획도 부지기수입니다. 레이블 회사로 음반도 100장이나 냈지만, 정작 성공한 음반은 몇 장 되지 않습니다.

이 대표님은 이를 통해 "왜 실패했는지 이유를 알아야 더 좋은 기획을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되짚었습니다.

같은 '망함'(^^;;)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기획부터 실행과정까지 차근차근 되돌아보고 문제가 됐던 요인을 도출해야 합니다.

 

이규영 대표님은 "미숙함과 우왕좌왕함을 뒤어넘기 위해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접근하라"면서

"망한 기획도 언젠가 마음에 드는 기획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이날의 마지막 연사 최윤현 최게바라 기획사 대표님은 꿈을 꾸기 위한 '생존 영역' 분리가 지속 가능한 문화 기획의 열쇠라고 봤습니다]

 

최윤현 최게바라 기획사 대표는 '문화예술 기획자, 나는 왜 사는가'를 주제로 이날의 강연의 마지막 순서를 장식했습니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기획하는 최게바라 기획사는 스스로 '문화기획의 다이소'라 말할 만큼 아주 넓고 다양한 기획을 합니다.

특히 그 기획 속에 언제나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마음을 담은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최게바라 기획사는 "나는 왜 사는가"를 꾸준히 고민하며 방향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최게바라 기획사는 이를 위해 문화예술 기획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인 '불꽃학교'를 운영하고,

신촌에 위치한 '또라이 양성소'라는 공간에서 상상력과 열정 넘치는 청년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게바라 기획사는 철저한 영리회사'라고 강조한 최 대표님은 "기획자도 직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를테면 '꿈을 꾸는 영역'과 '꿈을 꾸기 위한 생존 영역'을 철저히 분리하는 겁니다.

 

"꿈을 꾸는 영역에서는 그 진정성 때문에 어떤 수익도 발생시키려 하지 않습니다.

반면, 꿈을 꾸기 위한 생존 영역에서는 꿈을 꾸는 영역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수익 창출 모델을 고민합니다.

그러기 위해 기획을 할 때 우선 정체성을 잡은 후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합니다."

최윤현 대표님이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문화기획'을 위한 영역 분리 요령입니다.

 

지자체 사업과 떼어지기 힘든 문화예술 기획자이지만 최 대표님은 지자체에 끌려다니지 않습니다.

끌려다니는 순간,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원사업을 통해 기획을 할 때도 최게바라 기획사는 과업을 지시받는 게 아니라, 지자체와 과업을 함께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정체성을 먼저 심으면 기획이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고 본 최윤현 대표님은 "문화 기획자들이 지역축제를 바꿔갔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전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이어 진행된 오픈 토크 시간에는 강연의 깊이 만큼이나 깊은 내용의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됐습니다.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전문가가 참가하는 르네상스 소사이어티에서만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르네상스 소사이어티 오픈 토크는 문화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전문가들께 허심탄회하게 들을 수 있는 알찬 시간입니다]

 

동시에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수익 규모, 문화기획을 돕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하는 원동력 등

문화기획 베테랑들은 참석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재기 넘치는 입담을 섞어 충실히 대답해 주시는 것에 이어,

행사가 끝난 뒤에도 참석자 분들과 대화를 나눈 네트워킹 시간으로 3시간에 걸친 이날 르네상스 소사이어티도 막을 내렸습니다.

 

 


 

 

문화예술 기획은 머릿속 구상뿐 아니라 성공적인 실행도 중요합니다.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기획자들이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터를 세우고, 그 위에 콘텐츠가 쌓일 때 문화예술 기획은 비로소 활짝 꽃 피울 수 있습니다.

아직 봉우리 단계인 한국 문화예술이 만개할 수 있을 때까지, 르호봇 르네상스 소사이어티가 알찬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다음 르네상스 소사어티는 9월 19일 같은 장소에서 '음악으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찾아갑니다.

음악으로 삶의 악보를 그리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